2018.2.16

끄적임 2018. 2. 16. 01:47

하루에 하나 글쓰기를 해야겠다.

차곡차곡 초코볼마냥 봉지에 쌓아뒀던 글쓰기를 그새 다 까먹었나보다.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다.

글씨기도 연습이랬다.

예전엔 머릿속이라도 분주했지. 지금은 내 뇌가 돌아가고는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매일 게으름속에서 울상짓고 살고있다.

뇌주름이 다려진다는 건 이런 건가.

요즘은 자주 머리가 아프다.


무슨 글이라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작심삼일이라도.


오늘은 생리컵 얘길 써야지.


방금 오늘 세 번째 생리컵 교환의식을 치렀다.

이번달로 생리컵 사용은 5주기째다.

생리컵 유저가 되기 전까진 생리 기간 중 이틀은 진통제를 꼭 먹어야 할 정도로 생리통이 심했다.

배나 허리가 아픈 것도 서럽지만 생리 기간중 내 성기에서 나는 냄새, 습하고 축축한 곰팡이 냄새를 참을 수 없었다.

생리때만 되면 제대로 앉아있지도 못 할 정도로 회음부가 가려웠다.

피가 새서 이불빨래 해야할까봐 이틀은 거의 가수면 상태로 잤다. 십 년도 넘게, 아무리 피곤한 날이라도 편히 잠들 수 없었다.


생리컵의 존재를 알게 된 건 몇 년 전이었다. 아마도 어떤 단체에서 일할때 였던 걸로 기억한다.

개도국 여성에게 지원하는 반 영구적인 체내 삽입형 생리대 정도로 알고 있었고, 소주컵 정도 사이즈의 실리콘 컵이라는 정도?

처음에는 '어떻게 저런걸 질에 넣지?' 라는 생각만 들었다.

탐폰도 무서워서 잘 쓰지 않았으니.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트위터에서 생리컵 붐이 일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뉴스피드에서는 생리컵 기사나 얼리어답터들의 사용기가 올라왔다. 


남편에게 생리컵의 존재를 알려주니 처음엔 나처럼 무서워 하다가 나보다 훨씬 열심히 찾아보더라.

생리컵 접는 방법, 종류, 넣는 방법 등등 동영상까지 보면서 공부하고 나에게 알려줬다.

수많은 후기를 보면서 생리컵을 구매해보기로 결심(! 무려 결심까지 해야하는 존재였다)하고 

단카방에 생리컵을 사용해보겠다고 선언하자 마침 친구가 플뢰르컵 공구하자고 하여 얼떨결에 플뢰르컵 S+L세트를 구매.


그날이 오길 기다리며 열심히 또 공부했다.

어떻게 빼고 어떻게 넣고 어느 정도에 갈아주고 등등..


마침내 그날이 왔다.

생리컵은 끓는 물에서 5분~10분 정도 삶아서 소독해주고 손은 깨끗이 씻었다.

마치 면접 대기실에서 면접실로 들어가는 마음으로 작은 사이즈 컵을 들고 화장실에 갔다.

미리 봐뒀던 포즈는 탐폰 넣을 때처럼 한 다리 들고 넣기.

펀치다운으로 접어서 질입구에서부터 넣으려는데 생각보다 탄력 있는 컵이 자꾸 원상복귀 되느라 손 끝이 바짝 긴장했다.

몸도 엄청나게 긴장해서 근육이 놀랄 정도... 인터넷에서 봤던 후기처럼 심호흡을 하며 케겔운동...을 했지만 전혀 안 들어갔다.....


포즈를 바꿔보았다.

양 다리를 골반보다 벌리고 무릎을 약간 굽힌 후 상체를 앞으로 숙이는 포즈.

역시나 몸은 긴장했고 허벅지는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으며 내 손목은 거의 90도로 꺾인 상태에서 더 집어 넣지도 못 하고 손 끝은 지문이 닳을 것 같았다.

어찌저찌 해서 성공했는데 어라.. 생각보다 불편했다. 

이물감이 심하고 걸음걸이가 이상해지면서 앉으면 계속 뭔가가 속에서 걸렸다.


일단 출근을 해야했으니 그상태로 출근했는데 아침에 너무 근육이 긴장했는지 몸도 뻐근하고 계속되는 이물감 때문에 삼십분에 한 번씩 화장실을 왔다리 갔다리.. 게다가 피도 팬티에 콕콕 묻어나왔다.

결국 그날은 너무 불편해서 빨리 퇴근해서 생리대로 바꿨는데 이게 몇 시간 썼다고...

이미 나는 생리대의 축축함과 그 외 수많은 더러운 기분을 못 참는 몸이 되어있었다.

(생리컵 처음 뺄 때도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일단 인터넷에서 본 대로 꼬다리 잡고 습습하하 아기 낳을때 하는 호흡법으로 케겔 운동 하면서 마음은 편안히 해야하니 막 머릿속에서 계곡물 흐르는거나 상상하고 있고 근데 호흡은 습습하하고 내 허벅지는 거의 경련 일어날 지경으로 떨리고 있고 손은 자꾸 미끄러지고 ㅠㅠ 생리컵을 뺄 때의 그 뭐랄까 아픈듯 드러운 기분도 싫었다)


다시 생리컵을 들고 욕실로 향했고 남편의 조언으로 따순 물을 맞아가며 긴장을 풀려고 최대한 노력하면서 다시 습습하하.. 역시 이물감이 느껴졌지만 참았다. 일단 축축한 생리대 위에 앉는 것보단 백배 천배 나으니까.


몇 시간 있다보니 몸이 적응했는지 그리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인터넷 후기글처럼 굴생산이나 밑이 빠질 것같은 통증이 전혀 없었다. 너무나 엄청난 장점이다 이건. 

가장 좋은 건 잘 때였다. 

잘 때는 아무래도 오래 하고 있어야하니 큰 사이즈로 갈아껴야겠다 싶어서 큰 사이즈 들고 다시 욕실로.

작은 사이즈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큰건 어쩌지 ㅠㅠ 

하지만 웬걸. 확실히 넣고 뺄 때는 작은 사이즈보다 터프한 마음가짐이 필요했지만 체내에 삽입하고나니 정말 이것이야말로 생리컵의 세상이구나 싶을 정도로...너무너무 편하고 아무런 느낌도 없고 이래서 다들 생리중인걸 까먹는다는구나.. 후기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생리 시작하고 거의 20년만에 처음으로 숙면을 취했다. 말 그대로 꿀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도 엉덩이는 뽀송했으며 침대는 깨끗했고 얼마든지 내가 원하는 자세로 잘 수있었다.

세상에.. 생리컵 처음 만드신 리오나 차머스님 너무 최고되시고 천재이시고 생리의 신이시다...


이번이 다섯번째인데, 사실 저번달은 꽤 불편했다.

똥이 너무 마려운데 생리컵이 신경쓰여 마음껏 힘 줄 수도 없었고, 압 차는 그 느낌때문에 더 변비가 심해진 느낌이 들었다.

똥 쌀때는 생리컵을 빼고 싸는데도 계속 압 차있는 느낌이랄까.. 소화도 잘 안 되는 기분이었고.

그래서 생리컵을 바꿔야하나, 아니면 잠깐 쉬어야하나 고민했는데

이번에는 넣는 것도 빼는 것도 한 손으로 슥슥 하고 밖에서도 잘 갈고 압 차는 느낌도 덜하다.

화장실은 여전히 편하진 않지만...


생리컵을 쓰면서 이렇게 편하고 좋은 생리용품이 있는데 왜 우리는 선택권이 없었을까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생리컵 유저 모두가 이야기 하지만 왜 더 빨리 알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

첫 생리가 시작된 90년대는 아직 탐폰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었고, 생리컵은 이제야 좀 알려지고..

요즘 친구들은 정보가 빠르니까 처음부터 생리컵으로 시작하는 사람도 있겠구나, 부러워졌다.

얘들아 생리대 면생리대 탐폰 생리컵 중 으뜸은 생리컵이야.


이 긴 글을 썼지만 결론은 생리컵 최고고

개인적인 포인트를 정리하자면

자세: 쭈구려 앉은 자세에서 따뜻한 물 맞아가며 넣고 빼기 (근데 오늘 쭈구려 앉아있었더니 너무너무 다리가 아팠다 몸이 다 고장나서.. ㅜㅠㅠ)

시간: 양 많을 땐 최장 5시간. 소변 볼 때 좀 묻어나온다 싶으면 갈아줘야함

시작과 끝은 팬티라이너로 (양이 너무 적으면 넣다 뺐다 하기 힘들어서)

소독 및 세척: 생리 시작할 때랑 끝나고 나서 끓는물에 소독, 갈 때마다 깨끗이 씻어주기(두 번에 한 번은 비누칠 해서 씻음)

정도인듯.




오늘은 이정도에서 끝내야겠다.

처음엔 잘 쓰고 싶었는데 글이 길어지다보니 이제 그냥 자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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