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9

끄적임 2017. 1. 19. 13:42

매년 경향신문은 신년 기획으로 한 해의 가장 중요한 이슈에 대해 시리즈 기사를 내보낸다.

2016년은 '부들부들청년' 이었고, 올해는 '맘고리즘을 넘어서' 이다.


2016년은 '여성혐오'라는 단어가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던 해였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남성들에게는 젠더의식의 부재가 심각하지만

사회는 어쨌거나 옳은 방향으로 진보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시리즈 기사를 하나 하나 읽다가,

며칠전 일본에서 일본사람과 결혼하고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친구와의 페이스타임 내용이 떠올랐다.

한 달간 시댁에서 산후조리 후 도쿄 집으로 돌아온 친구는

우리와 페이스타임을 하면서 아기를 큰 쿠션 위에 눕혀놓았다.

그러자 다른 친구 한 명이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아기를 왜 그렇게 눕혀 놓냐고.

화면 너머의 친구는 꼭 엄마랑 이모 같다고, 가끔 엄마랑 이모와 통화하면 

아기는 양말을 꼭 신겨야 한다부터 시작해서 너무 잔소리가 심해서 스트레스 받는다고 했다.


친구는 떡볶이를 좋아했다. 이 친구와 밥을 먹으면 항상 떡볶이를 먹었고, 

한국에 잠깐 놀러오면 꼭 떡볶이집에 갔다.

먹을것좀 보내줄까? 뭐 보내줄까? 라는 말에 바로 친구는 떡볶이!! 라고 대답했다.


친구는 모유수유중이다.


다른 한 친구가 모유수유중인데 매운거 먹어도 되냐고, 너 매운거 먹으면 안 된다고 하자

일본에 사는 친구는 "왜 먹으면 안돼?" 라고 되물어왔다.

일본 병원에서는 초밥도 괜찮다고 한다고.

물론 자주 먹는 건 안 되지만, 먹고 싶은 걸 못 먹어서 엄마가 스트레스 받는 게 더 안 좋다고 한다.

임산부는 토할 때까지 미역국만 먹이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모유수유 한다고 하면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마저도 이거 하면 안 돼, 저거 하면 안 돼 하난 우리 나라와 너무 다르다.


가끔 페이스북을 통해 외국 친구들의 육아생활을 보고 있으면

한국 엄마들과 달리 스트레스가 많지 않아보인다. 

나는 그게 국민성인가 했는데, 그냥 우리나라 만큼 산모에게, 엄마에게 역할을 강요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때문이란 걸 친구와의 대화에서 깨달았다.


한국에서 엄마는 더이상 한 개인으로 취급 받지 못 한다.

엄마는 그저 엄마일 뿐이고,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존재일 뿐이고, 아이의 성장을 위해 모든 것을 갖다 바쳐야 하는 존재로 인식된다.

엄마가 너무 먹고싶어도 아이에게 0.01%라도 해롭다면 절대 먹지 말아야 할 것이 된다.


여기에 엄마이기 전의 개인은 없다.

존중도 배려도 없이 '엄마로서 마땅히 해야할 것'과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사람' 만 존재한다. 

이건 엄마가 되는 과정이라는 말로 얼버무려지는게 아니다.

우리는 그동안 모성애와 엄마라는 말로 얼마나 많은 여성들의 삶을 가두고,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었을까.


사회의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개인의 역량과 책임과 노오력의 부족으로 치부해버리는 건 취업문제 뿐만 아니다. 육아 문제도,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도 똑같다. 한국 사회의 모든 부분이 그렇다.


같은 문제의식을 갖는 것부터 출발해야한다. 그래야 어떻게든 길을 찾아 걷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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