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2

끄적임 2016. 12. 22. 14:26

"저 혼인신고 했어요"


돌솥 바닥 긁은 알밥 한 숟가락을 입에 옮겨갔다.

상사는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못 들었나보다.

다시 한 번 이야기했다.


혼인신고 했습니다.


그렇게 놀랄 일인가 싶을 정도로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을 했다.

나는 그보다 어제 먹은 불닭볶음면 때문에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화장실에 빨리 가야겠는데, 나의 커밍아웃에 모두 밥먹는 속도가 느려졌다.


그러니까, 회사에 입사하기 전 부터 같이 살고 있었고, 가족이나 다름 없었고,

단지 같이 산 지 이 년 정도 되어서 서류 문제때문에 혼인신고를 하게 되었는데

그걸 어떻게 중년의 남성에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얼떨결에 나는 축의금과 휴가를 받게 되었다.

곧 한국을 떠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더 죄송스럽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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